항해일지 1 - 등불 아래 | 쿠마의 다섯손가락 | 2025.0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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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일어나려 하고 있다 좋은일과 나쁜일이 혼재한다 좋은일은 드디어 가장 힘든 과제를 타파하고 있다는 것이고 나쁜일은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마냥 즐거워만 할수가 없다는 것 스승께선 2010년에 날 만났다면 어땠겠느냐 하신다 1년넘게 함께 하면서도 이제서야 찾아낸 가장 큰 균열이지만, 사실 지금 생각하면 1년몇개월이야 아주 싼 댓가지 문제는 그것을 정말 너무 늦게 찾은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다 내 항해는 장편의 소설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해를 넘기는 것은 우습고, 삶에 대해 중간정산하듯 돌아보는 시간도 늘어간다 망망대해에서 어두운 밤에 어딘가로 흘러갈뿐 방향조차 제대로 조타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초조히 흘러가던 어느날, 등대불이 환히 비춰졌으니 그게 바로 지난주다 사실 스승을 만나고 1년남짓 여명은 비치고 있었다 여태 만난 스승 중 가장 내게 필요한 분을 만났으니, 한주 한주 드라마틱한 스텝업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내게 가장 의지가 되어주는 등대다. 그래서 어느때보다 믿고 이끌어주는대로 노를 저었다 엉망진창 묶였던 실타래... 가장 어려웠던 난관이자 나를 옥죄어오던 저주, 약점... 그것을 하나 하나 함께 풀어나가고 있던 지난 1년. 이제서야 제대로 싸울 수 있게 해주는 스승을 만나 제대로 정진 중이라면서 기뻐하다가도 너무 늦게 닿아버린 연일까 싶어 슬프기도 했다 그러다 드디어, 그렇게 된것이다. 조금씩 풀려가던 실타래가 한번에 확 잡아당겨지고 모든걸 보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닿자 나도 스승도 동시에 허탈해했다 이게 이렇게 쉬운 것이었을까.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이리 가까운 곳에 해결책이 있었던가. 기쁘지만 허탈하고, 무엇보다 부질없게도 너무 늦은 지각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끝까지 가봐야 겠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이니까. 할 수 있는 걸 하자. 걱정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아. 새해 벽두부터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공부 뿐 아니라,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풀리는거 같다.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이것이고. 등대는 등불이 되어 정확히 내 발밑을 비추어준다. 그리고 이제서야 저너머에서 처음으로 아침 동이 터오기 시작하며 점차 수평선 너머가 보이기 시작한다. 환희와 걱정이 앞서는 새해 벽두다. 드디어, 항구가 보이는 걸까. 그리고, 거기선 나를 맞이해줄까. 너무 늦어서 이 세상에서 지워져 버리고 흔적만 남아 있는건 아닐지. 2010년이었다면 기뻐 덩실덩실 춤이라도 췄을텐데, 이젠 그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는것은 아닐지 그게 슬프다. 그래도, 허무를 넘어 좋은 꿈을 꿀 수 있는게 어디인가. 가보자. 늦은 당도를 위해. 지금으로선 가장 빠른 길을 향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