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안녕하세요! KBS 45기 한이정입니다. 2020.11.11


안녕하세요! KBS 45기 전속성우 공채에 합격한 한이정입니다.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 할머니와 나란히 걸으며 운동장을 돌다가 할머니께 성우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무심결에 성우 말고 다른 걸 하라. 니가 무슨 성우가 되냐고 하셨고, 어느 순간 곁에서 함께 걷던 제가 없어진 것을 알아차리시고는 뒤돌아보니 제가 할머니의 한참 뒤에서 찔찔 울고 있었다고 합니다. 합격자 발표날, 집에 들어오자마자 할머니와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할머니는 제가 성우가 되었다는 소식이 고모가 대학 합격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고 하셨는데 아마 어릴 적 그 일이 미안하셔서 그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ㅎㅎㅎ

2011년부터 스터디를 통해 공부를 시작했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좀 더 크고 체계적인 곳에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에 보이스투보이스에 왔습니다. 저의 낮은 자신감에 칭찬이라는 물을 듬뿍듬뿍 주셔서 매 수업이 힐링캠프 같았던 윤성혜 선생님, 부족한 저의 연기를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문제집 뒤의 해설지처럼 방향을 제시해주신 김자연 선생님, ’나는 매력이 없는걸까하고 의심하던 저에게 용기와 확신을 주셨던 김성연 선생님, 추상적인 이미지가 아닌 구체적인 방법으로 더 좋은 발성과 표현법에 대해 많은 가르침 주신 이승행 선생님, 노래 특강을 통해 노래를 부르고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열정적으로 알려주신 김보나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좋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보이스투보이스의 선하고 정 많은 직원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9년이라는 기간동안 한번도 1차에서 합격해본 적이 없었습니다(그래서 이번 시험이 정말 기적 같습니다ㅎㅎ). 합격자 발표가 뜰 때마다 좌절했고, 다른 지망생분들과 저를 비교했으며, 제가 가지지 못한 것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낮췄습니다. ’나는 사실 매력이 없는 건 아닐까하는 자학같은 고민도 엄청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마음을 다잡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생각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저의 힘보다는 함께 힘든 길을 걸으면서도 기쁜 일이 있을 때나 슬픈 일이 있을 때나 진심으로 응원하고 위로해주었던 친구,언니,오빠들의 도움 덕분에 한번 더를 생각 할 수 있었습니다. 공부하는 동안 정말 너무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보이스투보이스에서 배우고 느낀 많은 것들. 잊지 않고 간직하여 계속 성장하고 깊어지는 성우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